본문 바로가기

2022.06.20 처방약 복용 일지

내일 2022. 6. 21.

처음으로 간 정신과에서 처음으로 약을 처방받았다. 

의사가 약에 대한 설명은 별로 해주지 않았다. 약이 어떤건지도 안알랴줌.

아마 집에서 하루종일 약이나 검색해댈까봐 그런거 같긴 하다. 

 

나는 사소한 알러지가 몇개 있고, 유전적으로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그래서 검사에서도 건강염려증이 나왔고...

 

아무튼 종종 약을 먹으면서 느끼는 점들을 일지처럼 적어보려고 한다. 부작용이 있는거면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 하니깐. 

 

하루에 한두끼를 먹고, 밤에 잠을 잘 못잔다고 말했더니 이렇게 처방해줬다.

약의 생김새를 보고 네이버에서 무슨 약인지 찾았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이러는거 싫어할 거 같다. ㅋㅋㅋ 

 

점심약 노르작캡슐10mg, 스리반정0.5mg

저녁약 명인트라조돈염산염정25mg, 스리반정1mg

 

1. 20일 점심

점심약을 첨 먹었을때

10분후쯤 뒷통수의 머리카락을 대여섯가닥 정도 누가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10분밖에 안지난거라서 에이 그냥 호들갑이지 라고 생각함. 

30분후에 갑자기 엄청나게 씻고 싶다는 욕구가 들어서 오래오래 천천히 씻었다. 

핸드폰을 보면서 과자를 먹는데, 문득 시야가 유난히 선명하고 넓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릴때부터 눈이 나빴고 안경을 오래써서 컨디션에 따라 시야가 좀 달라진단건 체감하고 있었는데 오늘 유난히 깨끗하게 보였다. 물론 이것도 약빨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일수 있음. 

어지럽거나 메쓰꺼운 증상은 없었다. 두어시간 지난 후엔, 의도적으로 평상시 하던 무저갱의 노답 인생고민을 해보았다.

신기하게도 단계별로 빻아지는 그 걱정을... 더이상 할 수가 없었다.

만약 ㅇㅇ한다면? 그래서 XX한다면? 이러고 꼬리를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만약 ㅇㅇ한다면? <<< 이 단계에서 그냥 모든게 귀찮아지고 의미없게 느껴졌다. XX에 대한 생각 조차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걍 걱정 자체를 안하게 됐다. 신기한 일임...

게임을 켰는데 게임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트위터의 활자들도 읽는게 번거롭게 느껴졌다.

 

좀 누워서 빈둥거리고... 내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떠드는 유튜브를 틀어놓고 시간을 보냈다.

 

2. 20일 저녁

그리고 저녁약을 먹었다. 이것도 두통같은 증상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무드등을 켜고 누워서... 핸드폰을 켰는데 또 귀찮아졌다.

남자친구랑 얘기하는건 하나도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좀 이런저런 대화... 약 먹으니까 어떤 기분이야? 그런 것들...  그런걸 얘기하다가 아 스벌 몰라! 다 됐고 난 잠이나 잔다! 하는 심보로 까무룩 잠들었다.

 

아침일찍 생리때문에 피의 대잔치 열려서 빨래하느라 일찍 일어났다. 뒷수습하고 다시 좀 누웠는데 그대로 또 잠들었고 정오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저녁약 저거 엄청 쎄고 약효도 오래가는 것 같다. 사람을 일격에 보내네... 

 

3. 21일 점심

늦은 점심을 먹고나서 점심약을 챙겨먹었다. 이번엔 머리카락 잡아당기는 느낌은 나지 않았다. 아주 살짝 울렁울렁? 하는 기분이 있긴 했는데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 여전히 '깊은 생각'은 못하겠다. 그 대신에 당장 내가 해야 하는 간단한 일들에 대해선 좀 의욕이 생기는 듯도 싶다. 

 

4. 21일 저녁

기억이 없음. 생리때문에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 

 

5. 22일 점심

게임을 미친듯이 했다. 깊은 생각을 하는게 귀찮다못해 너무너무 싫을 정도여서. 시간낭비. 

 

6. 22일 저녁

저녁약 먹고 약간 울렁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바람빠진 풍선처럼 몸에 힘이 하나도 안들어갔다. 지쳐서 힘든것보다는 그냥 말랑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계속계속 잤다.... 자다깨서 갑자기 슬픈 연애소설 얘기가 떠올라서 눈물이 났다. 이상한 기분... 

 

7. 23일 점심

저녁약을 먹은 후로 자꾸만 늦게 일어나는데 그래도 오늘은 최대한 애써서 12시 전에 일어났다. 낮잠도 안자려고 노력해야지. 약을 먹고나면 묘하게 흐느적거리게 되어서 식후 30분 되기 전에 밀린 집안일을 했다. 약먹기 전에 비타민이랑 이노시톨도 챙겨먹었다. 지금은 약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8. 23일 저녁

먹고 나른해져서 잤는데 일어나니까 12시가 넘었다. 약이 너무 쎈거 아니야? 수면시간 조절이 좀 힘들다. 알람 3개나 맞췄는데도 일어나기 힘들다... 대신에 오래 자서 지끈거리는 그런건 없고 완전 상쾌하고 개운하게 일어나긴 한다. 풀코스로 숙면 대접받은 느낌이랄까 그치만 백수여야 가능하잖아 이런거  ㅠ 저는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구요... 남은 3일치 먹는동안 좀 더 노력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담주에 병원가서 얘기해야겠다 

 

9. 24일 점심

뚜렷한 느낌이 없었음 그냥 평상시랑 똑같이 약먹으면 느끼는 그 편안한 느낌 그대로 

 

10. 24일 저녁

이상하게 먹고나서 잠이 한동안 오질 않았다. 그리고 약간 울적한 생각 들어서 눈물도 났다. 새벽 늦게 자고 다음날 아침에 늦게 일어남.

 

11. 25일 점심 

기분이 업된 상태에서 먹은거라 먹은거 티도 안났다. 생리 끝나서 가뿐한 마음이 더 커서 그럴지도. 이제 몸에서 점심약은 익숙해진거 같다. 드라마틱하게 감정이 치솟는것도 좋은건 아닌거같으니까 지금 이대로가 딱 좋다는 느낌 .

 

12. 25일 저녁 

약을 먹고 정말 깊이 잤다. 월요일에 병원가서는 꼭 조절해달라고 말해야지. 또 정오쯤 되어서야 겨우 일어남.

 

13. 26일 점심

먹고나서 외출을 했는데 내내 지치는 줄을 몰랐다. 집에 돌아와서야 많이 더웠고 힘들었구나 라는걸 뒤늦게 알았다. 

 

14. 26일 저녁 

울적한 마음이 들었음. 또 정오에 일어남. 

 

 

이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반응형

댓글